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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비전공자로써 어소트락 게임아카데미에서 1년 과정을 수강하다 중간에 그만둔 학생입니다. 게임 프로그래밍 학원을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후기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다음 사항들은 제 개인의 경험과 느낌인 점을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요약:
장점: 단순 사용엔진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 프레임워크(게임 엔진)를 바닥부터 직접 만들기 때문에 게임엔진의 작동 원리를 배울 수 있어 취업에 유리하다.
단점: 수업 속도가 빠르고 자료 제공이나 개개인에 대한 케어가 부족하여 졸업률이 낮다.

0. 학원 규모
원장 1명에 강사 3명이며, 원장은 수료를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를 (자소서, 면접준비 등), 강사는 수업을 담당합니다.

1. 수업방식
수업 시간은 월~금 하루 2시간이며, 수업 시간에 비주얼 스튜디오로 직접 코드를 작성하며 개념과 동작을 익혀 나갑니다.
코드가 어떻게 작성되는지 직접 볼 수 있으며, win api, direct x 등의 라이브러리를 사용하여 직접 게임엔진을 만들어나가기 때문에 단순히 유니티, 언리얼같은 상용엔진의 사용법만 다루는 타 과정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나간 코드를 사용하여 포트폴리오 기간에 기존에 출시된 게임을 똑같이 만들어봅니다. (혹은 자신이 기획부터 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기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각자 만들 게임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에 맞게 수업 코드를 수정하고 추가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힘들지만 그만큼 실력을 쌓게 됩니다. 1년 과정 동안 총 3개의 포트폴리오를 만듭니다.

수업이 끝나면 수업 때 나간 코드를 제공합니다. 강사에 따라 수업 영상을 녹화하여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코드만 봐서는 도저히 그날 나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서 항상 영상을 보며 설명을 다시 듣고 코드를 직접 작성하며 내용을 익혔습니다. 그런데 모든 강사가 direct x 과정부터는 영상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영상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영상 유출의 우려도 있고 (win api 까지는 어소트락 유튜브채널에 올라와 있습니다), 영상에 의존하지 않고 코드를 통해 공부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상이 있었기에 win API 까지의 수업은 꾸역꾸역 따라갔고 winAPI 를 활용한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Direct X 수업 부터는 코드만 보고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데 아무리 코드를 봐도 수업을 도저히 따라가기가 힘들었습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하차를 진지하게 고민했고 결국 눈물을 머금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가면 갈수록 하루에 나가는 코드의 양이 엄청납니다. 게임 개발은 웹개발과 다르게 정보가 많지 않아 외부에서 학습자료를 찾기도 힘들었습니다.

수업시간에 나간 코드만을 학습자료로 제공하는 부분은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루에 나가는 코드만 해도 몇천 줄일 때도 있고, 주요 이론이나 개념들, 코드 외적인 부분(visual studio 프로그램 자체를 다룬다거나 하는 부분)은 코드만 봐서는 기억하거나 파악하기 힘듭니다. 강사들은 최대한 필기를 하라고 요구하는데, 빠르게 진행되는 수업내용의 모든 부분을 필기하기란 사실상 어렵습니다. 수업내용을 복습할 때 수업시간에 나간 프레임워크의 흐름이나 코드의 기능을 일일히 기억하기 어려웠고, 참고할만한 자료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르는 부분을 일일히 선생님이나 동기생에게 질문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많은 학생들을 하차하게 만드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수업의 속도
여기서 수업 속도에 대해 언급하자면, 개념과 기초를 배우는 단계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단계 (보통 3개월차 부터) 에 들어서면 코드량도 많아지고 수업 속도도 빨라집니다. 강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이때부터는 학생들을 기다려주기 보다는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느낌의 속도였습니다. 수업시간에 나간 코드만이 거의 유일한 공부자료가 되며, 코드만 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를 알려주면 알아서 둘, 셋을 알아야 하는 느낌인데, 저는 하나를 알려주면 간신히 따라가는 정도였습니다. 또한 다이렉트 x 과정부터는 개념설명 시간이 적어 다이렉트 x 의 개념을 책을 통해 혼자 익혀야 하고, 몇천줄의 코드 작성 과정을 구경하는 수준의 수업이었습니다.(강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강사들도 여러 기수의 수업을 맡기 때문에 본인이 요청하지 않는 이상 개개인에 대한 케어는 거의 없습니다. 본인이 잘 따라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잘 따라가고 졸업까지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 경험상 끝까지 따라가시는 분들은 이미 IT 회사에서 타 분야 개발자로 일하다 오신 분, 전공자, 이과계열 전공자, 혹은 프로그래밍을 경험했던 분들이었던것 같습니다(참고로 저는 예술계열 전공자입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어소트락의 빠르고 어떻게 보면 불친절한 수업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어소트락 아카데미는 다음 기수로 내려갈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내려가는데 추가 비용이 있진 않습니다.) 본인이 해당 기수에서 따라가기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내려가서 다시 들을 수도 있습니다. 대신 내려갈 때마다 졸업이 늦춰지는 점은 감수해야 합니다.

3. 질문
저는 처음에는 질문을 많이 했던 편인데, 나중에는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차서 질문이 점점 뜸해졌습니다. 강사들은 모두 질문을 많이 하라고 하는데, 사실 이부분은 조금 애매합니다. 기본적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이 그렇게 친절하지 않고, 신경질적인 태도로 답변이 온 적도 있어서 질문하기가 점점 더 꺼려졌던게 사실입니다. 물론 회사에서는 모르는 부분을 최대한 본인이 찾아서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그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의미는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배우는 입장에서는 찾아봐도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미 조사나 시도를 많이 한 후에 질문했음에도 좀 직접 해보고 질문하라는 답변에 억울하고 짜증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의도된 불친절로 학생 스스로 공부하게끔 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못따라오는 사람을 끌고 가기보다는 털어내려는 의도가 있지 않는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자습실
제 개인적으로 수강생의 수에 비해 자습실이 좀 작은 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트폴리오 기간에 처음에는 자습실에 갔지만, 공간이 작아 불편하여 나중에는 집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강사들은 자습실에서 공부하며 직접 질문하라고 했는데, 사실 질문을 해도 그렇게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는 못했던것 같습니다. 자습실에 매일 상주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아예 학원에서 숙식을 하면서 공부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저도 포폴을 만들며 자습실을 사용하다 보니 왔다갔다 하기가 힘들고 귀찮았는데, 숙식을 하면 체력적으로 시간적으로 세이브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숙식하기에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니며(빈 교실 구석에서 침낭 등을 구비하여 자는 식) 식비, 세탁비, 목욕비 등 적지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하기가 힘듭니다.

5. 강사에 따른 차이
댓글로 많은 분들이 어떤 강사분에게 들었냐고 질문을 해주셔서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커리큘럼의 전체적은 틀은 같지만 강사마다 가르치는 내용이나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학생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강사를 만냐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에는 임 강사님과 두번째로 박 강사님 수업을 들었는데, 임 강사님같은 경우 개인적으로 좀 다가가기 어렵고 신경질적이며 수업 시간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박 강사님같은 경우 임강사님보다 학생을 조금더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확실히 제일 경력이 많으셔서 그런지 설명같은것도 좀더 나았고, 영상도 잘 찍어 주셔서 공부자료를 주셨습니다(win api 까지만이였지만). 근데 수업을 하면 바로 다음기수의 수업이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질문을 하거나 개인적은 도움을 받기란 어려웠고, 귀찮아하는 모습도 보이긴 했습니다.
위 두 강사님 말고도 조 강사님이 계시는데, 자습실에서 유일하게 학생을 지도해주는 모습도 자주 보고 수업도 엄청 열정적으로 하시는걸 자주 봐서(수업소리가 온 학원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 그만두기 전에 이 강사님 수업을 마지막으로 한번 듣고 싶었는데, 개강이 4달 뒤라고 해서 결국 들어보진 못했습니다.

사실 본인이 선천적인 센스가 있고 머리가 잘 돌아가서 수업내용을 무리없이 소화가 가능하다면 어떤 강사의 강의를 들어도 상관이 없지만, 저처럼 그게 아니라면 강사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5. 졸업률
앞서 언급한 데로 수업이 상당히 따라가기가 어렵다 보니, 졸업률이 낮습니다. 매 기수마다 10명 초반 정도의 인원으로 시작하는데, 마지막 졸업 시연회를 보면 4명 정도밖에 없습니다. 약 30% 대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6. 가격
제가 다녔던 2020년 기준 1년 과정 400만원 중반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어소트락 아카데미는 상당히 빡센 학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같은 슬로우러너는 살아남기가 힘든 환경입니다. 저도 게임 프로그래머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거액을 들여 학원에 등록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긴 싫어서 기수이동을 하면서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원의 수업을 따라가려면 노력도 노력이지만 어느정도 개인의 재능적인 부분이 뒷바침되야한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과정을 마치기만 한다면 실력있는 프로그래머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원 수강 비용이 적은 돈이 아니니 만큼 직접 방문하셔서 수강료나 환불정책 같은 것들을 꼭 확인하시고, 학원에 대해 궁금한 것들도 많이 물어보고 학원 시설도 둘러보고 결정해야 후회가 없습니다. 저는 중간에 포기했지만, 게임프로그래머에 도전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최신 근황: https://beafreespirit.tistory.com/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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